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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예약하다가 진이 다 빠져버렸다

서른 중반이 되니 건강검진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직장에서 하라는 대로 슥 가서 검사받고 점심 먹고 들어오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서른 중반이 넘어가니 이게 좀 다르다. 이제는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항목 말고, 내 돈을 좀 더 보태서라도 필요한 검사를 챙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이번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근처에 있는 좀 규모 있는 내과를 찾았다. 사실 심장초음파랑 위내시경, 대장내시경까지 다 해버리고 싶었는데 예약을 잡는 과정부터 이미 지쳐버렸다. 전화 연결이 왜 이렇게 안 되는지, 대기 시간만 10분이 넘어가니까 나중에는 그냥 끊고 싶더라. 무슨 상담원 연결하는 것도 아니고 병원 예약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싶었다.

수면 내시경 비용 고민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갔다

병원들 가격대를 대충 훑어봤다. 위내시경이랑 대장내시경을 같이 하면 보통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하는 것 같다. 물론 수면 비용이 추가되면 여기서 또 5만 원에서 10만 원이 훌쩍 뛴다. 갑상선 검사도 같이 해볼까 싶어 문의했더니 비용이 생각보다 더 나왔다. 예전에는 그냥 ‘건강검진 받으세요’ 하면 군말 없이 갔는데, 이제는 항목 하나하나 가격표를 보게 된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꼼꼼하게 따지게 되는지 모르겠다. 옆에서 보던 지인은 한방병원 쪽도 괜찮다고 하던데, 나는 그래도 기왕이면 기계 장비가 최신인 곳이 낫지 않겠냐며 고집을 피웠다. 사실 그게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도 잘 모르면서 말이다.

당일 아침의 그 묘한 긴장감과 피로감

결국 예약한 날 아침이 왔다. 전날 밤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그런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머리가 띵했다. 평소에는 배고픈 줄도 모르고 살다가 검진 때문에 억지로 금식하니까 괜히 더 배가 고픈 것 같다. 병원에 도착하니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미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다들 나처럼 뭔가 찝찝한 마음을 안고 온 사람들 같았다. 수면 내시경을 하려고 했는데 동의서에 서명할 때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한 번도 안 해본 걱정이 든다. 혹시나 깨지 않으면 어떡하나, 아니면 너무 일찍 깨면 어떡하나 하는 그런 시시한 고민들. 공무원 건강검진 할 때는 이런 걱정 없이 그냥 숙제하듯 끝냈던 것 같은데.

검사 끝나고 나니 남는 건 배고픔과 알 수 없는 찝찝함

검사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눈 떠보니 회복실이었고, 간호사분이 이제 일어나셔도 된다고 하더라. 목이 좀 따끔거렸는데 금방 괜찮아졌다. 의사 선생님 만나서 잠깐 설명 듣는데, 별다른 이상 없다는 말 한마디에 그냥 맥이 탁 풀렸다. 이 말을 들으려고 몇 주 전부터 그렇게 고민하고, 비용 계산하고, 예약하려고 전화 붙들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 결과지는 2주 정도 뒤에 우편으로 온다는데, 사실 그때 되면 또 잊어버리고 살 것 같다.

비용 대비 만족도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나오면서 보니까 근처에 밥집이 꽤 많았다. 죽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근처 본죽을 갈까 하다가, 그냥 눈앞에 보이는 설렁탕집에 들어가서 한 그릇 먹었다. 검사받기 전에는 내 몸이 어디가 고장 났을까 봐 걱정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그냥 홀가분하다는 생각뿐이다. 다음에 또 건강검진을 할 때가 오면 그때는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까? 아마 똑같이 또 고민하고, 가격 비교하고, 전화 붙들고 씨름하겠지. 요즘은 건강검진도 하나의 큰 업무처럼 느껴진다. 딱히 건강해졌다는 느낌은 안 드는데, 그냥 ‘해야 할 숙제를 했다’는 안도감만 남았다. 사실 이 안도감을 사기 위해 그 정도 비용을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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