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손끝이 자꾸 저릿해서 다녀온 대학병원에서의 하루

갑작스러운 손끝 저림과 뇌졸중 공포

얼마 전부터 오른손 끝이 묘하게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혈액순환이 안 되나 싶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어깨가 뭉쳐서 그런 줄 알았던 거다. 그런데 이게 며칠이 지나도 낫질 않으니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맨 처음 나오는 게 뇌졸중 아니면 파킨슨병이다. 뉴스에서 본 ‘뇌혈관 협착’이니 ‘I63’ 코드니 하는 글귀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흔이 넘어가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막상 이런 증상이 나타나니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회사 근처에 있는 큰 병원을 예약했다. 이게 그냥 나이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머릿속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확인은 해야 발을 뻗고 잘 것 같았다.

예약 전쟁과 대기 시간의 미학

대학병원은 역시나 사람이 많았다. 오전 9시 예약이었는데, 도착해서 접수하고 키오스크에서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것만 한 시간이다. 병원비는 진찰료랑 기본적인 혈액검사, 뇌 MRI까지 합쳐서 대략 80만 원 정도가 나왔다. 실비 보험이 있긴 하지만, 일단 내 지갑에서 큰돈이 나가니 덜컥 겁부터 났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나보다 훨씬 연세가 많아 보이시는 분들이 편마비 증상으로 휠체어를 타고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분들은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이렇게 재활병원을 다니시겠지 싶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난 고작 손끝 저림 정도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건가 싶다가도, 예방이 최고라는 말을 믿고 싶었다.

신경과 의사와의 짧은 대면

한참을 기다린 끝에 들어간 진료실에서는 의사 선생님이 꽤 사무적이었다. 내가 “손끝이 저린데 혹시 뇌 쪽 문제일까요?”라고 물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증상만으로는 알 수 없고 일단 검사해봅시다”였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도 괜히 섭섭했다. 의사들은 왜 항상 이렇게 딱딱하게 말할까. 알츠하이머병이나 뇌 손상 같은 무거운 단어들을 쏟아내기보다는 좀 안심시켜 줄 수는 없는 건지. 뇌경색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매일 보는 사람들이니 내 증상은 그저 가벼운 질환 중 하나로 보이겠지. 그래도 나는 그 5분의 상담을 위해 반차를 내고 80만 원을 썼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며칠

MRI를 찍으러 들어갔을 때의 그 기계 소음은 정말 끔찍했다. 좁은 통 안에서 20분 정도 갇혀 있는데 온갖 잡생각이 다 든다. 혹시라도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회사 일은 어쩌지, 우리 가족은 어쩌지 하는 생각들. 결과는 며칠 뒤에 나온다고 했다. 그 며칠 동안 나는 거의 반쯤 환자처럼 지냈다. 독감 접종도 맞아야 하는데 뇌 쪽에 문제가 있으면 혹시라도 면역 체계에 영향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걱정까지 더해졌다. 웃긴 건,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손끝 저림 증상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는 거다. 사람이 불안하면 감각도 예민해지나 보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의 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검사 결과는 아무 이상 없었다. 뇌혈관도 깨끗하고 어디 협착된 곳도 없단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다행이다 싶었는데, 돌아서 나오니 그럼 이 손끝 저림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건가 싶더라. 선생님은 그냥 ‘거북목 증후군’이거나 일시적인 신경 눌림일 수 있으니 스트레칭이나 잘하라고 하셨다. 80만 원짜리 결과치고는 너무 허무했다. 물론 몸이 건강하다는 걸 확인했으니 다행인 거겠지만, 이 찝찝한 저림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병원 문을 나서는데 덥고 습한 공기가 확 밀려왔다. 다음에 또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다시 여기로 와야 할까, 아니면 그냥 동네 정형외과를 가야 할까.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손끝이 자꾸 저릿해서 다녀온 대학병원에서의 하루”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