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일요일 밤에 갑자기 다리에 붉은 반점이 생겨 온라인 의료상담을 이용해본 날의 기록

일요일 밤에 갑자기 다리에 붉은 반점이 올라왔을 때의 당혹감

지난달 중순쯤이었나, 주말 내내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일요일 밤 11시가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었는데 종아리 아래쪽이랑 발목 근처에 붉은 반점 같은 게 수십 개가 올라와 있었다. 가렵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데, 그냥 보기만 해도 징그러울 정도로 붉은 점들이 군데군데 퍼져 있었다. 검색창에 ‘붉은 반점’, ‘가렵지 않은 발진’ 같은 걸 쳐보니까 혈관염이니 뭐니 하는 무서운 병명들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대학병원 응급실이라도 가야 하나 싶었는데, 예전에 손가락 끝이 찢어져서 응급실에 갔다가 별 치료도 못 받고 대기만 2시간 하고 응급의료관리료로만 6만 원 넘게 깨진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게다가 주말 밤 응급실은 워낙 복잡하고 대기 시간도 기니까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집 근처 응급실이 있는 병원까지 차로 20분은 가야 하기도 했고, 가봤자 별거 아니라고 돌려보내면 그 돈과 시간이 아까울 것 같았다. 그래서 침대에 누워 폰을 켜고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응급실 대신 모바일 의료상담 앱을 켜고 결제까지 진행한 과정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비대면 진료나 온라인 상담 앱이 많다는 걸 들은 적이 있어서 하이닥이랑 지식인 엑스퍼트 같은 앱들을 몇 개 다운받아 봤다. 예전에는 그냥 지식인 같은 데 글을 올리면 한참 뒤에 답변이 달리곤 했는데, 요즘은 전문의랑 1대1로 매칭해 주는 유료 상담 서비스가 꽤 체계적으로 되어 있었다. 내가 고른 건 의사에게 직접 사진을 보내고 빠른 시간 내에 답변을 받을 수 있다는 실시간 상담 코너였다. 가격을 보니 1회 상담에 보통 10,000원에서 15,000원 사이였다. 대학병원 응급실 비용에 비하면 푼돈처럼 느껴졌고, 지금 당장 불안감을 해소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 돈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용카드로 만 이천 원을 결제하고, 종아리 사진을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최대한 선명하게 나오도록 대여섯 장 찍어 첨부했다. 내 평소 지병이나 최근에 먹은 약이 있는지 적는 칸도 있어서 지난주에 감기 처방을 받았던 기억을 더듬어 대충 몇 글자 적어 내려갔다.

만 원짜리 상담에서 전문의 답변을 기다리며 느낀 초조함

상담 글을 등록하고 나니 화면에 ‘답변 대기 중’이라는 초록색 글씨가 떴다. 평균 대기 시간이 20분 정도라고 적혀 있었는데,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상태는 바뀌지 않았다. 방 안을 서성이며 5분마다 한 번씩 새로고침을 눌러댔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의사들도 퇴근을 했거나 당직을 서느라 바쁠 텐데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싶었다. 괜히 돈만 날리고 밤새 잠도 못 자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만약 혈관염이 눈이나 다른 내장 기관으로 번지는 심각한 증상이면 어쩌나 하는 망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스마트폰 화면의 배터리 잔량이 15%로 떨어질 때까지 붙잡고 있었다. 대기 시간은 결국 40분을 넘겨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야 알림음이 울렸다. 답변을 해준 사람은 피부과 전문의였는데, 그 짧은 알림 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텍스트와 사진만으로 증상을 설명해야 하는 비대면 진료의 한계

의사의 답변 내용은 생각보다 길었지만, 동시에 아주 모호했다. “첨부해주신 사진으로 보아 단순 접촉성 피부염이나 가벼운 자반증(혈관염)의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사진상의 초점이 흐리고 병변의 만져지는 느낌(결절 유무)을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정확한 진단은 어렵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증상이 악화되거나 시력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큰 병원 응급실로 가라는 경고 섞인 조언이 덧붙여져 있었다. 돈을 내고 전문의의 의견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직접 만져보지 않고는 모른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보고 나니, 내가 왜 방구석에서 핸드폰 카메라로 다리를 찍어대며 이 고생을 했나 하는 현타가 왔다. 사진을 몇 장 더 선명하게 찍어 보낼 걸 그랬나 싶었지만, 이미 답변이 완료된 상태라 추가 질문을 하려면 돈을 또 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결국 다음 날 아침 동네 피부과로 향하게 만든 애매한 답변들

결국 그날 밤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눈을 붙이려고 누웠는데 다리가 욱신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의사 답변 중에 ‘시력 이상이 느껴지면 지체하지 말고 검사를 받으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혹시나 혈관염이 눈 혈관에 영향을 준 건 아닐까 걱정되어 밤새 거울을 보며 눈동자가 충혈되었는지 확인하느라 바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새벽에 응급실에 갈 걸 그랬나 싶다가도, 아침까지 몇 시간 안 남았으니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겨우 눈을 붙였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출근을 조금 미루고 집 앞 상가에 있는 피부과 의원으로 향했다. 오픈 시간인 9시보다 10분 일찍 갔는데도 이미 대기 환자가 서너 명 있었다. 접수를 하고 차례를 기다리며 어젯밤에 받았던 온라인 상담 내용을 다시 읽어봤지만, 역시나 현장에서 의사를 직접 만나는 것만큼 안심이 되지는 않았다.

온라인 상담으로 낭비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뒤늦은 후회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고, 의사 선생님은 내 종아리를 손으로 꾹꾹 눌러보더니 아주 덤덤하게 말했다. “이거 그냥 최근에 무리하거나 피곤해서 일시적으로 생긴 단순 자반증이에요. 며칠 푹 쉬고 약 바르면 나아요.” 진료는 2분도 걸리지 않았고, 처방전을 받고 수납한 금액은 고작 4,200원이었다. 약국에서 연고 하나와 먹는 약을 타서 나오는데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어젯밤에 내가 겪었던 그 극심한 불안감과, 만 이천 원을 들여서 받았던 모호한 온라인 답변들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물론 야간에 급한 마음에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건 사실이지만, 결국 확실한 진단을 받으려면 오프라인 병원에 가야만 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온라인 의료상담이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가 분명 있겠지만, 적어도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야 하는 피부 질환에 있어서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그냥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 일찍 병원에 갈 것 같다.

“일요일 밤에 갑자기 다리에 붉은 반점이 생겨 온라인 의료상담을 이용해본 날의 기록”에 대한 3개의 생각

  1. 사진을 찍을 때 좀 더 신경 써서 찍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특히 빛의 각도를 좀 더 신경 써서 더 선명하게 찍었으면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응답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