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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예약 전화하고 나서 든 생각

예약 전화 하나 거는데 왜 이렇게 망설여지는지

며칠 전부터 미루고 미루던 정신건강의학과 예약을 했다. 사실 동네에 있는 곳은 몇 군데 찾아봤는데, 막상 전화를 걸려니 손가락이 잘 안 움직였다. 뭔가 거창한 결심을 하는 것도 아닌데, 상담 예약이라는 게 사람을 묘하게 긴장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담담하게 전화를 받으셔서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네, 초진이세요?’라는 물음에 ‘네’라고 답하고 나서 며칠 뒤로 시간을 잡았다. 예약금은 따로 없었고, 그냥 이름이랑 생년월일, 연락처 정도만 물어보더라.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었다. 3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 시간 동안 내가 더 나빠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일반 내과나 치과랑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긴 하다.

대기 시간과 진료 방식에 대한 의문들

내가 가려는 병원은 리뷰를 보니 대기가 좀 긴 편이라고 했다. 초진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상담을 한다는데, 뒤에 대기하는 사람이 많으면 이게 제대로 이루어질까 싶기도 하다. 최근에 병원 앱들을 보면 진료 예약이나 결제까지 다 모바일로 처리하는 곳도 많던데, 왜 정신과는 여전히 전화 예약이 중심일까. 예전에 피부과를 예약할 때는 레몬헬스케어 기반의 앱을 써서 꽤 편하게 했던 기억이 나는데, 정신과는 대면 상담의 밀도 때문인지 시스템이 좀 보수적인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이 나 같은 초진 환자에게는 작은 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작정 찾아가서 접수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생각에 예약을 하긴 했지만, 가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증상 정리와 사전 준비가 정말 필요한 걸까

주변에서는 증상을 미리 적어가라고들 한다. 내가 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든지 말이다. 막상 노트를 펴고 앉아보니,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단순히 잠을 못 자는 것부터 적기 시작했는데, 이게 병원 진료 기록에 남는다는 게 조금 무섭기도 하다. 국민행복카드나 다른 보험 관련 서류들을 챙겨야 하나 고민도 되는데, 사실 그냥 가도 상관없다는 글도 많아서 일단은 몸만 가기로 했다. 진료비가 대략 초진은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비 청구가 가능할지 궁금해서 홈페이지를 뒤져봐도 시원하게 써진 곳은 잘 없다.

예약 당일까지의 어정쩡한 시간들

예약을 해놓으니 오히려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약 당일 아침에 그냥 안 가고 싶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다. 갑자기 상태가 괜찮아지는 날이면 ‘내가 유난을 떠는 건가’ 싶어지고, 또 힘들 때는 빨리 그날이 왔으면 싶다. 사실 구급차를 택시처럼 부르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병원이라는 곳이 절박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긴 하지만 내 경우에는 이런 사소한 예약조차도 누군가의 시간을 뺏는 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죄책감도 든다. 그냥 다들 이렇게 병원 문턱을 넘는 건지 궁금하다. 아마 당일이 되면 병원 문 앞에서 한참 서성이다가 들어갈 것 같다.

여전히 남는 불안감

예약 시간은 일주일 뒤 오후 3시인데, 그때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병원 위치가 역에서 조금 걸어야 해서 비까지 오면 정말 가기 싫어질 것 같다. 이런 사소한 환경들이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결심을 흐리게 한다. 처음이라 그런지, 진료실에 들어가는 모습까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만 수십 번 하는 중이다. 상담이 끝나고 나오면 좀 나아질지, 아니면 더 복잡해질지 잘 모르겠다. 상담료 외에 추가로 검사비가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카드를 챙길지 현금을 챙길지 고민하다가 일단은 지갑을 두둑하게 챙겨가기로 했다. 뭔가 준비를 많이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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