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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 하나 하려고 반차까지 썼는데

어제는 연차를 쓰고 아침 일찍부터 병원에 다녀왔다. 나이가 이제 삼십 대 후반을 넘어가니 주변에서 하나둘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그냥 건강검진 하면 위내시경 정도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나도 덜컥 겁이 좀 났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속이 영 불편하고 화장실 가는 게 규칙적이지 않아서 찝찝했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 있는 검진 센터를 찾았는데, 예약 잡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전화했더니 한 달 뒤에나 빈자리가 있단다. 비용은 대략 15만 원 정도 나왔는데, 용종을 제거하게 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해서 지갑을 넉넉히 챙겨갔다.

전날 저녁부터 시작된 물과의 전쟁

검사 전날이 정말 고비였다. 안내문을 보니 오후 6시부터는 금식이라는데, 사실상 전날 밤부터 먹는 가루약이 문제였다. 2리터짜리 통에 약을 타서 계속 마셔야 하는데, 이게 진짜 마시기 고역이었다. 짠맛과 단맛이 오묘하게 섞인 액체를 계속 들이켜야 하니 나중에는 속이 울렁거려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새벽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몇 번이나 깼는지 모른다. 아내가 옆에서 자다가 뒤척이길래 미안해서 거실로 나가서 잤는데, 그 적막한 새벽 시간에 혼자 물 마시는 게 참 서글프기도 하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병원 대기실의 건조한 공기

아침 8시 반에 맞춰서 병원에 도착했다. 이미 대기실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들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왔을 텐데, 아무 말 없이 각자 휴대폰만 보고 있거나 멍하니 TV를 바라보는 모습이 좀 묘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이름을 부르는데, 내 이름이 불리기까지 한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병원 내부가 꽤 쾌적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특유의 차가운 공기 때문에 더 긴장됐다. 옆에 앉은 분은 검사 처음이신지 계속 다리를 떨고 계셨는데, 그 마음이 이해가 가서 괜히 나도 더 긴장했다.

잠들었다 깨어보니 끝난 검사

검사실 안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옆으로 누우니 간호사가 수면 마취제를 주사한다고 했다. “이제 주무실 거예요” 하는 소리를 듣고 바로 기억이 끊겼다. 눈을 뜨니 회복실이었다. 몸이 좀 뻐근하고 입안이 바짝 말라 있었다. 시계를 보니 한 20분 정도 지난 상태였다. 회복실에서 나오니 의사 선생님이 결과지를 보여주며 짧게 설명해주었다.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했다. 괜히 며칠 전부터 혼자 걱정하고 불안해했던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확실히 검사를 받고 나니 속이 편해진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그냥 마음의 짐을 하나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검사 후 허기짐과 밀려오는 피로감

병원 밖으로 나오니 정오가 다 되어 있었다. 빈속에 약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근처 죽집에 가서 부드러운 야채죽을 한 그릇 시켰다. 평소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메뉴인데, 그날따라 왜 그렇게 맛있던지. 속을 달래고 집에 와서 바로 침대에 누웠다. 병원에서 안내해주길, 당일은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사실 검사 자체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더 길고 힘들어서 다음번에 또 하라고 하면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이번에는 용종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나중에 또 이런 날이 오면 그 물 마시는 고통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벌써 걱정이다.

집에 와서 씻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건강하다는 결과 하나를 얻으려고 하루를 다 쓴 셈인데, 이게 효율적인 건지 비효율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별일 없이 지나간 오늘에 감사하면서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검사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대장내시경 하나 하려고 반차까지 썼는데”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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