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한 장 때문에 반차를 냈다
지지난달에 고대구로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사실 뭐 거창한 검사는 아니었고, 평소에 좀 찝찝했던 부위를 확인하러 간 거였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집에서 휴대용 초음파로 검사하는 시대가 온다는데, 막상 내가 직접 해보려니 불안해서 그냥 큰 병원으로 향했다. 예약 잡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전화 연결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앱으로 하려니 인증 절차가 왜 그렇게 복잡한지. 어찌어찌 예약해서 다녀왔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보험사에 실손보험 청구를 하려니 서류가 한두 장이 아니더라.
창구 직원의 무심한 안내와 대기 시간
병원에 다시 서류를 떼러 간 날은 하필이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평일 오후였다. 1층 수납 창구로 가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데, 앞에 대기 인원이 40명이 넘었다. 안내판을 보니 접수 마감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왜 다들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 건지 싶기도 하고. 사실 병원비라는 게 5세대 실손보험 어쩌고 하면서 말이 많지만, 일단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부터 챙겨야 하는 현실이니까. 근처 약국에서 영양제를 몇 개 샀는데, 약사가 철분제랑 커피는 같이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병원 대기하면서 커피를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말았다. 괜히 흡수 안 되면 아깝잖아.
CCTV가 비추는 곳과 내 동선의 상관관계
번호표를 기다리다가 문득 병원 벽면에 붙은 안내문을 봤다. 요즘은 어디를 가든 CCTV가 참 많다. 예전에 뉴스에서 광주 근처 병원 CCTV가 안내판 주변을 비추고 있어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났다. 그만큼 병원 주변에는 사각지대 없이 카메라가 촘촘하게 박혀 있다는 뜻이겠지. 내가 서 있는 이 대기 공간도 천장에 검은 돔 형태의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을 거다. 왠지 모르게 좀 위축되는 기분. 병원 서류 떼는 데 굳이 이렇게 많은 서류와 절차가 필요한가 싶다가도, 반대로 생각하면 이 모든 과정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를 보호해 주는 안전장치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내 앞의 40명은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비용 문제와 남는 의문들
결국 서류를 발급받는 데는 장당 얼마씩 비용이 추가되었다. 대학병원은 서류 한 장 떼는 것도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 진단서니 소견서니 챙기다 보니 벌써 2만 원이 훌쩍 넘었다. 이렇게 해서 보험금을 청구하면 도대체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는 건지 계산기를 두드려봤는데, 솔직히 귀찮아서 관뒀다. 진료비 자체보다 서류 발급 비용이 더 아깝게 느껴지는 기분, 다들 알지 않을까. 진료를 보고 나서 의사 선생님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다음에 또 이런 증상 있으면 오세요.’ 근데 과연 또 올 수 있을까? 오면 또 서류 떼고 기다리고,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 지친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 가방에 넣은 서류들
집에 와서 서류 뭉치를 식탁 위에 던져두었다. 당장 보험사 앱에 사진 찍어 올리면 된다는데, 사진 각도 맞춰서 올리는 것도 일이다. 앱이 인식을 잘 못 하면 다시 찍어야 하고, 조명 때문에 글자가 안 보인다고 튕기기도 하겠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으면서도, 또 안 하면 손해니까 억지로 하는 거다. 서류 봉투 끝이 조금 구겨졌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면 좀 나으려나. 커피 한 잔 마시려다가 낮에 약사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다시 물만 마셨다. 병원 다녀온 후로 뭔가 건강해지기는커녕 더 피곤해진 기분이다. 건강을 챙기려다 일상을 잃어버린 것 같은 이 기분은 대체 뭔지.

CCTV가 병원 곳곳에 설치된 모습이 생각나네요. 제가 집에서 건강 데이터를 기록하는 앱을 사용하는데, 개인 정보 보호 때문에 그런 앱을 쓰는 데 조금 망설여질 때도 있거든요.
사진 찍는 것도 일이라는 거, 진짜 공감해요. 특히 앱이 제대로 인식해주지 않으면 스트레스 엄청 받을 것 같아요.
집에서 초음파 검사 하는 시대라니, 정말 기술 발전이 놀랍네요. 특히 앱으로 인증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 공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