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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보러 가려다 뜬금없이 백일해 주사부터 맞게 된 날

갑자기 백일해 주사를 맞고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조카가 태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다들 들떠 있었는데, 갑자기 누나한테서 톡이 왔다. 산후조리원 면회를 오거나 나중에 집으로 아기를 보러 오려면 온 가족이 백일해 예방접종을 미리 맞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굳이 그런 것까지 맞아야 하나 싶었다. 요즘 세상에 백일해 같은 옛날 병이 돌겠냐는 생각도 들었고, 그냥 조리원 앞까지만 가고 안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 싶어 귀찮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천안 퀸스산후조리원인가 하는 곳의 내부 규칙이 꽤나 까다롭다고 들었고, 신생아한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말에 결국 맞기로 했다. 평소에 주사를 워낙 싫어하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서 독감 말고 다른 예방주사를 맞으려니 뭔가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검색을 해보니 성인 백일해 주사는 보통 ‘Tdap’이라고 부른다는데, 이름부터 생소해서 뭐가 뭔지 잘 몰랐다.

동네 내과와 보건소 중에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던 순간

예방접종을 맞으려고 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제각각이었다. 보건소에서 맞으면 조금 더 저렴하다는 글을 보고 전화를 해봤는데, 우리 동네 보건소는 성인 백일해 접종을 아예 안 하거나 대상자가 제한되어 있다고 했다. 결국 집 근처 개인 병원들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서북구에 있는 이비인후과랑 소아과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봤는데, 가격이 보통 5만 원에서 6만 원 사이였다. 독감 주사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조금 놀랐다. 어떤 곳은 5만 원이라고 하고, 다른 곳은 5만 5천 원이라고 해서 그냥 집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내과로 가기로 결정했다. 겨우 몇 천 원 아끼자고 버스 타고 멀리 있는 병원까지 찾아가는 것은 기름값이나 버스비 생각하면 그게 그거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대기실에서 보낸 지루한 시간과 접종 직전의 머뭇거림

평일 오후 시간대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병원 대기실은 이미 감기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접수처에서 백일해 주사 맞으러 왔다고 하니 예방접종 예진표를 한 장 건네주었다. 펜으로 인적 사항을 적고 앓고 있는 질환이 있는지 체크하는데, 문득 같이 맞으러 가자고 했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대기 시간은 생각보다 길어져서 거의 40분을 꼬박 기다려야 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대기 모니터의 이름이 올라가기만을 바라고 있는데, 좁은 대기실 안의 기침 소리들이 신경 쓰여 마스크를 더 바짝 치켜올렸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고,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과 짤막한 면담을 나누었다. 오늘 컨디션은 괜찮은지, 최근에 다른 주사를 맞은 적이 있는지 묻는 아주 형식적인 대화였다.

당뇨가 있는 부모님도 같이 맞아야 하는지 걱정이 앞섰다

아버지는 60대 후반이시고 당뇨를 꽤 오랫동안 앓고 계신다. 그래서 진료실에 들어간 김에 당뇨 환자도 이 백일해 주사를 맞아도 괜찮은지 의사에게 넌지시 여쭤보았다. 의사 선생님은 당뇨가 있는 고령자분들도 오히려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권장된다고 하셨다. 다만 접종 당일에 혈당 조절이 너무 안 되거나 컨디션이 극도로 떨어져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고, 맞고 나서 이상 반응이 없는지 조금 더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세 있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다시 이 병원까지 와서 이 번거로운 과정을 또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같이 와서 한 번에 맞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접종 후 20분 동안 병원 의자에 앉아 상태를 지켜보았다

주사실로 들어가서 소매를 걷어 올렸다. 간호사분이 주사약 이름을 확인시켜 주더니 뻐근할 거라고 경고를 했다. 바늘이 들어갈 때는 그냥 따끔한 수준이었는데, 약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마자 팔 전체가 묵직해지는 느낌이 확 들었다. 주사를 다 맞고 나서는 바로 집에 가지 말고 대기실에서 20분 정도 앉아 있다가 가라고 했다. 혹시 모를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때문이라는데, 멀쩡하게 앉아 있으려니 그 시간이 참 아깝게 느껴졌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벽에 걸린 시계바늘만 쳐다보았다. 팔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뻐근해졌고, 손가락 끝까지 미세하게 저리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뻐근한 팔을 붙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

결국 20분을 다 채우지 못하고 15분쯤 지났을 때 대충 병원을 빠져나왔다. 계산을 하면서 5만 원을 결제하는데, 영수증을 보니 왠지 쓸데없는 지출을 한 것 같아 씁쓸했다. 집에 걸어오는 내내 주사를 맞은 왼쪽 어깨 부위가 묵직하게 아파왔다. 무거운 짐을 하루 종일 들고 있었던 것처럼 욱신거리는 통증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백일해 주사는 맞고 나서 며칠 동안 근육통이 흔하게 생긴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불편함이 오래갔다. 아버지는 아직 접종 전인데 당뇨 약도 드시는 분이라 맞고 나서 나보다 더 앓아누우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다음 주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다시 병원에 가야 하는데, 벌써부터 그 대기 시간과 뻐근해할 팔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조카 보러 가려다 뜬금없이 백일해 주사부터 맞게 된 날”에 대한 3개의 생각

  1. 아버님께 백일해 주사 맞으시는 거 걱정되셨다니, 꼼꼼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60대 후반이시고 당뇨 때문에 더 신경 쓰일 텐데,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예방접종이 권장되는 것도 의미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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