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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예약하고 하루 종일 굶는 게 제일 힘들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니까 예약은 했는데

매년 이맘때면 미뤄뒀던 숙제를 하는 기분이 든다. 건강검진 말이다. 작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결국 연말에 몰려서 고생했는데, 올해는 그래도 좀 일찍 해치우려고 3개월 전부터 마음먹고 동네 내과에 전화를 돌렸다. 사실 예전에는 대학병원을 선호했는데, 거기는 예약 한 번 잡으려면 몇 달은 기본이라 답답해서 그냥 집 근처에서 규모 좀 있는 내과로 정했다. 대충 비용은 수면 위내시경이랑 이것저것 포함해서 30만 원 초반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좀 오르긴 했는데, 물가가 뭐 어디 안 오르는 데가 있어야지.

꼬박 하루를 굶는다는 것의 의미

검사 전날 밤 9시부터 금식이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평소엔 잘 먹지도 않던 야식 생각이 왜 이렇게 간절한 건지. 아침에 눈 뜨자마자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평소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편의점 샌드위치가 그렇게 맛있어 보이더라. 병원에 도착하니 이미 대기실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대기 시간은 길어야 1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했는데, 접수하고 차트 작성하고 대기하다 보니 얼추 2시간은 훌쩍 넘긴 것 같다. 병원 내부가 꽤 쾌적하긴 했지만, 굶주린 상태로 앉아 있으려니 시간이 평소보다 세 배는 느리게 가는 느낌이었다.

수면 내시경의 몽롱함과 묘한 불쾌감

수면 위내시경을 하러 들어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그 팔에 주삿바늘 꽂는 순간이 제일 긴장된다. 간호사분이 “이제 조금 어지러우실 거예요”라고 말하고 천장을 보는데, 정말 순식간에 암전이 된다. 깨어나면 회복실 침대 위인데, 이게 개운한 게 아니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속이 좀 울렁거린다. 이번엔 예전보다 좀 더 몽롱함이 오래 가서 한 20분은 더 누워 있었던 것 같다. 내시경 결과는 특별한 건 없다고 하는데, 식도 근처가 조금 부어있다고 해서 며칠은 자극적인 걸 피하라는 말만 듣고 왔다. 사실 요즘 위가 좀 불편해서 혹시나 위암 초기 증상 같은 건 아닐까 걱정도 좀 했는데, 큰 병이 없다는 말에 일단 안도했다.

주사 한 방에 뭔가 달라질까 싶어서

검진 끝나고 나가려는데 상담실에서 비타민C 정맥주사나 마늘주사 같은 거 맞고 가라고 권유하더라. 안 그래도 피곤함이 잘 안 가셔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마늘주사를 하나 추가했다. 비용은 5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맞으면서 생각했다. 이게 진짜 효과가 있긴 할까? 그냥 기분 탓인 것 같기도 하고. 주삿바늘 꽂은 채로 멍하니 천장을 보는데, 옆 칸에서는 어떤 분이 대상포진 증상이 의심된다며 의사 선생님이랑 한참 상담 중이었다. 여기저기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게 새삼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결과가 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검진 받고 나서 SNS에 ‘모든 게 완벽하다’고 올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도 내심 ‘완벽’이라는 단어를 듣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실제 내 결과지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경미한 위염에 간 수치도 조금 높고, 운동 부족이 눈에 띄게 드러나 있었다. 완벽한 건강은커녕 당장 식단 조절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현실이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역 앞 떡볶이 집을 그냥 지나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결국 오늘 저녁은 샐러드를 먹어야 할 텐데, 벌써부터 배가 고픈 것 같다. 결과지를 받고 나니 안심되는 마음 반, 이제 진짜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 반이다. 내년에도 이 짓을 또 해야 한다는 사실이 벌써 조금 귀찮게 느껴진다.

“건강검진 예약하고 하루 종일 굶는 게 제일 힘들었다”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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