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려워진 피부와 병원 대기 시간에 대한 거부감
지난주 화요일쯤이었나, 자고 일어났는데 왼쪽 목덜미랑 귀 밑부분이 벌겋게 올라왔다. 가렵기도 하고 슬슬 진물이 나는 것 같아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퇴근하고 가려니 야간진료 하는 곳도 마땅치 않고 대기 시간도 최소 1시간은 잡아야 하는 게 뻔했다. 예전에 피부과 갔다가 대기실에서 스마트폰만 두 시간 보다가 진료는 2분 만에 끝났던 기억이 떠올라 벌써부터 피곤해졌다. 요즘은 원격으로 의사한테 물어보고 처방전까지 받는 세상이라는데 나도 그런 걸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든 건 그때문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로 상담을 받고 약까지 처방받는다고 해서 나도 일단 해보기로 했다.
비대면 진료 어플을 다운받고 매칭을 기다리던 지루한 순간
스마트폰을 켜고 대중적으로 많이 쓴다는 ‘닥터나우’라는 앱을 다운받았다. 회원가입을 하고 본인인증을 한 뒤에 내 증상을 대충 적어 넣었다. 접수비 겸 진료비로 대략 13,500원 정도가 먼저 결제된다는 안내가 떴다. 동네 의원 대면 진료비보다는 조금 더 비싼 편이었지만, 버스 타고 나가서 기다리는 시간과 교통비를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금액이라고 생각했다. 증상 사진을 찍어서 올리라고 하길래 거울을 보며 목 뒷부분을 대충 대여섯 장 찍어서 가장 초점이 잘 맞는 걸로 한 장 첨부했다. 매칭 신청을 누르고 금방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화면에는 대기 중이라는 표시만 계속 떴다. 그렇게 40분쯤 지나서야 겨우 매칭된 의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화면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와 3분 만에 끝나버린 상담
전화 통화는 허무할 정도로 짧았다. 의사는 내가 올린 사진을 본 모양인지 “접촉성 피부염이나 가벼운 아토피 초기 증상 같네요”라고 말하며 평소에 쓰는 화장품이 바뀌었는지 물었다. 딱히 바뀐 건 없다고 하니 일단 먹는 약이랑 바르는 연고를 처방해 줄 테니 며칠 지켜보라고 했다. 직접 대면해서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만져보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의사의 목소리에서도 약간의 조심스러움 혹은 한계 같은 게 느껴졌다. 나 역시 내 증상을 말로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질문을 몇 개 더 던져보고 싶었지만 통화는 3분이 채 되지 않아 끊겼고, 스마트폰 화면에는 처방전 전송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동네 피부과 대기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몸은 편했지만 뭔가 제대로 진료를 받은 게 맞나 하는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처방전을 들고 공덕역 근처 약국을 전전해야 했던 상황
더 귀찮은 일은 그 다음에 생겼다. 앱에서 처방전을 받았으니 집 근처 약국에 팩스로 보내서 약을 타야 하는데, 이게 모든 약국에서 다 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사는 마포구 공덕역 근처 약국 세 군데에 전화를 걸어서 팩스 처방전 접수가 가능한지 물어봐야 했다. 첫 번째 약국은 자기네는 비대면 처방전 안 받는다고 딱 잘라 말했고, 두 번째 약국은 처방전에 적힌 약 중에 특정 연고 재고가 없다고 했다. 결국 세 번째로 전화한 약국에서 가져오라고 해서 겨우 약을 받을 수 있었다. 처방된 약을 받으면서 약값으로 8,200원을 추가로 냈다. 진료비에 약값까지 합치니 2만 원이 훌쩍 넘었고, 약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생각은 ‘이럴 거면 그냥 퇴근길에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나 피부과를 들르는 게 나았을까’ 하는 후회였다.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까지 검색하며 혼란스러웠던 기억
집에 돌아와 연고를 바르고 누워 있다가, 문득 의사가 말한 증상 완화용 패치나 가정용 적외선 조사기 같은 보조 장치가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인터넷 카페에서 어떤 사람이 피부염에 특정 광선 치료 기기가 좋다고 쓴 글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운영한다는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 사이트에 들어가서 해당 기기 이름을 쳐봤다. 그런데 사이트 인터페이스가 너무 불친절하고 전문 용어가 가득해서 내가 찾고자 하는 가정용 기기의 안전성 정보나 등급을 명확히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허가 번호니 1등급이니 하는 복잡한 표기들을 읽다 보니 머리가 더 아파왔다. 결국 유용한 정보는 얻지 못하고 브라우저 창을 닫아버렸다.
온라인 진료를 마친 뒤에도 개운하지 않게 남은 의문들
연고를 며칠 발랐더니 다행히 가려움증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목덜미 쪽 피부는 꺼칠꺼칠하다. 이번에 온라인으로 상담을 받아보면서 느낀 건, 분명 물리적인 이동을 줄여주는 장점은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잔한 귀찮음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이다. 약국을 직접 섭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그렇고, 의사가 내 환부를 직접 보지 못한다는 불안감도 계속 남아있다. 만약 다음에 또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때도 모바일 앱을 켤지, 아니면 그냥 아침 일찍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더라도 병원에 직접 갈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편리함을 기대하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결국에는 몸도 마음도 100% 만족스럽지는 못한 어정쩡한 경험으로 남았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영상 통화로 잠깐 상담받는 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더라고요.
공덕역 주변 약국들이 팩스 처방전 받기가 다를 수 있다는 점, 정말 아쉬웠네요. 특히 시간 낭비까지 더해져서 더 힘든 날이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