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새벽의 벨소리
사람 일이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낀 건 지난달 비가 무척 많이 오던 화요일 새벽이었어요. 평소라면 깊은 잠에 들었을 시간인데, 갑자기 거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놀라서 나가보니 가족 중 한 명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어지럼증인가 싶어 물을 먹이려고 했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어요. 구급차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다가, 사실 제가 이전에 사설 구급차를 이용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비용이 대략 20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급박한 상황에서는 돈이고 뭐고 일단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더군요.
119와 사설 업체의 미묘한 차이
응급실로 가는 길에 문득 예전에 읽었던 임산부 이송 관련 글이 생각났어요. 관할 구역 문제로 장거리 이송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게 오늘 내 상황이 될 줄은 몰랐죠. 다행히 근처 응급센터로 바로 갈 수 있었지만, 119가 아닌 사설 구급차를 고민하게 된 건 혹시 모를 다음 단계 때문이었어요. 일반적인 응급 상황에서는 당연히 119를 부르는 게 맞지만, 상태가 아주 위중하거나 병원을 옮겨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이 오면 사설 업체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인천이나 외곽 지역에서 병원을 옮길 때 썼던 기억이 나는데, 사실 그 차 안의 분위기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좁은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비용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따라다니니까요.
자동차를 정리하며 드는 생각들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묘한 상념에 잠겼습니다. 얼마 전 친척이 타던 지프 중고차 가격을 알아보느라 중고차 사이트를 뒤졌던 일이나, 마당 구석에 세워둔 오래된 차를 처분하기 위해 용인 폐차장을 알아봤던 기억들이 겹쳐 떠오르더군요. 벤츠 S550 같은 화려한 차도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감가상각을 피할 수 없고, 결국은 모두 길 위를 달리는 기계일 뿐인데. 사람의 몸도 이렇게 갑자기 고장이 나면 멈춰야 한다는 게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병원 로비의 낡은 텔레비전에서는 구급차가 빗길을 달리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고, 나는 왜 이렇게 자동차나 기계들에 집착하며 살았나 싶기도 했어요.
응급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응급실은 언제 가도 적응이 안 되는 공간입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기계음, 간호사들의 다급한 목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까지.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 들어온 환자분도 옆 침대에 계셨는데, 보호자가 내는 비용 문제를 놓고 작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병원비에 이송 비용까지 겹치면 일반 서민에게는 정말 큰 부담이죠. 저도 나중에 정산할 때 대략 25만 원 정도가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그땐 너무 경황이 없어서 영수증도 제대로 보지 않았어요. 나중에 서류 챙기려고 보니 그제야 금액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참 이상한 건, 병원에 있을 땐 그 돈이 아깝지 않다가 집에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하면 갑자기 그 액수가 크게 느껴진다는 점이에요.
병원을 나서며 남는 불확실함
새벽 4시가 넘어 병원 문을 나섰을 때는 비가 그쳐 있었어요. 다행히 큰 위기는 넘겼지만, 앞으로 계속 병원을 다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그때 119를 부르는 게 맞았을까, 아니면 사설을 부른 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위급할 때 항상 ‘더 좋은 선택’이 있지 않았을까 뒤늦게 후회하곤 하니까요.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온다면 나는 또 똑같은 선택을 할까요? 아니면 조금 더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날 새벽의 공기가 너무 차가웠다는 것, 그리고 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의 시동이 한 번에 걸려 다행이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왜 이리도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