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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앱으로 눌러보고 병원 갔는데도 한참을 기다렸다

앱으로 미리 신청하면 금방 될 줄 알았지

요즘은 어딜 가나 앱으로 예약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잖아요. 저도 얼마 전 동네 이비인후과에 가려고 예약 앱을 켰어요. 예전처럼 무작정 가서 접수대 앞에서 ‘언제 되나요?’ 묻고 종이 쪼가리 들고 기다리던 시절이 아니니까 얼마나 편해요. 근데 막상 병원에 도착하니까 상황이 생각했던 거랑 조금 다르더라고요. 분명 대기 순번은 3번째라고 뜨길래 여유 있게 갔는데, 막상 가니까 대기실 의자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었어요. 저처럼 앱으로 예약하고 온 사람들이 이미 다 와 있었던 건지, 아니면 현장에서 바로 접수한 어르신들이 많았던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대기실에서 40분째 멍하니 앉아있기

접수처에 가서 예약자 이름을 대니까 간호사님이 그냥 저쪽 가서 앉아 계시라고 하더라고요. 시계를 보니 도착해서 40분은 넘게 지났는데 제 이름은 부를 기미가 안 보였어요. 옆에 앉아 계신 분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아예 짐을 풀고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아예 눈을 감고 쉬고 계셨고요. 저만 괜히 휴대폰으로 예약 화면을 껐다 켰다 하면서 ‘이게 맞나’ 싶어 안절부절못했죠. 알고 보니 제가 예약한 시각이 딱히 절대적인 순번이 아니라 그냥 접수 대기열의 일부였던 것 같아요. 굳이 이렇게 예약 시스템이 필요한가 싶은 마음이 잠깐 들었다가, 그래도 안 하고 왔으면 족히 한 시간은 더 기다렸을 거라 생각하니 그냥 참기로 했어요.

비슷한 과인데 병원마다 온도 차가 심하다

지난번에 갔던 강남 쪽 피부과는 예약하고 가니까 거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갔거든요. 거긴 외국인 환자들도 많고 시스템이 아주 칼같이 돌아가는 느낌이었는데, 여기 동네 병원은 분위기가 확 달라요. 한 번은 근처 다른 내과에 갔을 때는 대기 시간 15분 정도로 꽤 쾌적했거든요. 같은 병원이라도 과마다, 동네마다 돌아가는 속도가 이렇게 다르니 매번 갈 때마다 눈치 게임하는 기분이에요. 3만 원 정도 하는 비급여 주사나 검사를 예약할 때랑 일반 감기 진료를 예약할 때 느끼는 긴장감도 다르고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처음에는 빨리 진료받고 싶어서 안달하다가도 대기실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그냥 이 시간이 나쁘지 않게 느껴지기도 해요.

예약 알림이 울려도 막상 들어가면 5분 컷

드디어 제 이름이 불려서 진료실에 들어갔어요. 밖에서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는데, 선생님이랑은 정말 5분도 채 대화를 안 한 것 같아요. 목이 좀 붓고 콧물이 난다고 하니까 슥 보시더니 약 처방해 줄 테니까 며칠 먹어보고 안 나으면 다시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밖에서 기다린 시간은 40분인데 진료는 3분 만에 끝나는 이 허무함, 다들 겪어보셨을 거예요. 나오면서 보니까 대기실 상황판에 제 이름이 사라지고 새로운 대기자 이름이 올라가 있는데, 그게 왜 그렇게 덧없어 보이던지.

다음에 다시 병원에 가게 된다면

사실 다음에는 예약을 안 하고 그냥 느긋하게 가볼까 하는 생각도 해요. 어차피 가서 기다려야 하는 건 똑같으니까, 앱으로 몇 번씩 확인하면서 마음 졸이는 것도 은근히 스트레스더라고요. 아니면 차라리 사람이 덜 붐비는 시간대를 골라서 가야 할 텐데, 직장인이라 그게 마음처럼 쉽나요. 오늘도 약국에서 5천 원 정도 내고 약을 지어 나오면서 생각했어요. 다음 주에 증상이 안 나으면 또 와야 할 텐데, 그때는 그냥 책이라도 한 권 들고 와야겠다고요. 병원 대기실 조명이 생각보다 눈이 아파서, 스마트폰만 보다가 나오면 머리가 더 아픈 것 같아요. 오늘도 여전히 제 컨디션은 좀 애매하고, 약 봉투만 덜렁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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