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의료 자문, 과연 비싼 돈을 주고받을 가치가 있을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주변에서 ‘의료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됩니다. 특히 디지털 의료기기 개발이나 당뇨 식단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전문의나 의료기관의 이름을 빌리기 위해 자문 비용을 지불하곤 하죠. 30대인 저도 몇 년 전, 지인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 식약처 허가와 관련해 의료기기 자문 업체를 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들은 비용으로 약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를 제안받았는데, ‘이거만 있으면 허가가 탄탄대로’라는 말에 솔깃해하더군요.

하지만 실제 상황은 딴판이었습니다. 수백만 원을 들여서 받은 자문 보고서는 정작 식약처의 까다로운 가이드라인 앞에선 ‘참고용’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식약처의 LLM 기반 디지털 의료기기 심사 기준처럼 규제가 구체화되는 시점에는 이미 작성된 자문이 현실과 괴리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도 예전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의료 자문을 구했다가, 결국은 현직 전문의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고 실무적인 조언을 얻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행사나 자문 업체는 서류 작성에 능숙할 순 있지만, ‘우리 제품의 기술적 맹점’을 해결해 주진 못하더라고요.

여기서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자문 계약서에 서명하면 모든 리스크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입니다. 의료 자문은 그저 리스크의 일부를 나누거나 외부의 객관적 견해를 얻는 도구일 뿐, 책임까지 대신해 주는 보험이 아닙니다. 저 역시 기대했던 전문적인 피드백이 나오지 않아 당황했던 경험이 있는데, 결국 책임은 사업자가 져야 한다는 걸 뒤늦게 체감했습니다. 자문 업체와 계약할 때 지불하는 200만 원~800만 원 사이의 비용은 사실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보험료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만약 사업 규모가 작고 초기 단계라면, 굳이 고가의 의료 자문 업체를 끼기보다는 관련 학회지나 최근 발표된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직접 분석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큽니다. 반면, 복잡한 인허가 프로세스가 얽혀 있고 내부 인력만으로 규제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사람들은 무조건 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제가 겪은 바로는 오히려 전문가일수록 ‘확답’을 피하고 ‘가능성’ 위주로 말하기 때문에, 그 모호함을 견디는 것이 사업자의 역량입니다.

결국 이 조언은 규제 산업에 뛰어들어 길을 잃은 실무자에게는 유효하지만, 이미 정해진 답을 찾으려고만 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료 자문이 불필요한 경우도 많으니, 다음 단계로는 자문 업체를 찾기 전에 식약처의 민원 사전 상담 제도를 먼저 이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정보가 모든 상황에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특히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의료기기 분야라면 초기부터 탄탄한 자문 구조가 필수적일 수 있으니, 무작정 스스로 해결하려는 시도 또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의료 자문, 과연 비싼 돈을 주고받을 가치가 있을까?”에 대한 4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