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안 없어지는 자국 때문에
한 달 전쯤이었나, 팔뚝에 벌레 물린 것 같은 자국이 하나 생겼다. 처음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여름도 다 지나가는데 모기일 리는 없지만, 뭐 어디 부딪혔거나 며칠 지나면 사라질 가벼운 피부 트러블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2주가 지나고 3주가 넘어가도 색깔만 거뭇하게 변할 뿐 도무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자꾸 신경이 쓰여서 인터넷에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접촉성 피부염일 수도 있고, 아니면 뭔가 다른 질환일 수도 있다는 식의 무서운 글들을 읽다 보니 괜히 밤에 잠도 잘 안 왔다. 결국 참다못해 회사 근처 피부과를 예약했다.
예약 과정부터 느껴진 묘한 기분
병원 예약은 앱을 통해서 했는데, 요즘은 참 편리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 기계적인 느낌이라 낯설기도 하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이름 좀 들어본 피부과였는데, 대기 예약만 40분 정도 걸렸다. 평일 오후 3시였는데도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벽면에 붙은 ‘루스킨엑스’ 같은 피부 분석 솔루션 광고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진료를 지원한다는데, 사실 그런 최신 장비보다 그냥 의사 선생님 얼굴 한 번 보고 “이거 별거 아니니 연고 바르세요”라는 말 한마디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진료비는 초진이라 대략 1만 5천 원 정도 나왔는데, 사실 가격보다는 내가 가진 이 작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더 걱정이었다.
상담 실장과의 묘한 대화
막상 진료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은 채 3분이 되지 않았다. “이거 뭐예요?”라고 물으니 “염증 후 색소 침착 같네요, 연고 처방해 드릴게요”라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다. 그런데 그 뒤로 이어진 과정이 더 길었다. 상담 실장이라는 분이 따로 들어와서 앞으로 어떤 관리를 받으면 자국이 빨리 지워지는지, 토닝은 몇 회 정도가 필요한지 줄줄이 읊어댔다. 내 고민은 그냥 ‘이게 뭐냐’는 거였는데, 상담 실장님은 내 자국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지금 당장 관리를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 흉터가 어떻게 남을지 겁을 주는 쪽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나는 그냥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왜냐면 여기서 ‘안 할게요’라고 말하는 게 왠지 모르게 상황을 더 복잡하고 어색하게 만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처방받은 건 연고 하나
결국 추천해 준 패키지는 5회에 60만 원 정도였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나왔다. 병원 문을 나서는데 어찌나 허탈하던지. 처방받은 연고 하나 달랑 들고 멍하니 서 있었다. 약국에서 연고 가격을 물으니 7천 원이라고 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그 긴 시간을 대기하고 병원까지 찾아갔던 건가 싶었다. 물론 피부과 전문의에게 확인을 받았으니 다행이긴 한데, 상담 실장님이 강조했던 그 많은 시술들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건지, 아니면 그냥 매출을 올리기 위한 매뉴얼인지 알 길이 없었다. 집에 오는 길에 문득 든 생각은, 의료 정보라는 게 참 방대해졌는데 오히려 그만큼 신뢰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거다.
남아있는 찜찜함에 대하여
그날 밤에 처방받은 연고를 바르면서 거울을 들여다봤다. 여전히 자국은 그대로다. 혹시라도 나중에 정말 큰 병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지만, 이제 다시 병원에 가서 그 상담 실장을 마주할 생각을 하니 벌써 지친다. 차라리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병원 시스템이라는 게 참 사람 마음을 이렇게까지 작아지게 만드는구나 싶기도 하다. 며칠 더 발라보고 차도가 없으면 동네 작은 의원에 가볼까 싶기도 한데, 아마도 나는 그냥 며칠 더 연고를 바르며 스스로 괜찮다고 최면을 걸 것 같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내가 건강을 챙기려 노력하는 이 과정조차 가끔은 이렇게 피곤하다.

루스킨 엑스 광고 보니까 의사 선생님의 경험과 직관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