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예약 한 번 하려다 진이 다 빠졌다
며칠 전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비정형 세포’라는 단어를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주변에서는 그냥 염증일 수도 있다고 다들 위로를 건네지만, 막상 그 글자를 마주하면 차분해지기가 어렵다. 일단 큰 병원에서 다시 확인해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 급하게 분당서울대병원 예약을 알아보았다. 평소에는 카카오톡 채널로 쉽게 접수하곤 했던 ‘케어챗’ 서비스가 갑자기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내가 직접 하려고 보니 진료 예약 버튼 하나 누르는 것도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냥 병원 가서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예약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져서 오히려 스마트폰 화면만 붙잡고 씨름하게 되는 것 같다.
대기 시간과 돈 사이의 이상한 고민
문득 일본 맛집들이 돈을 받고 줄을 안 서게 해주는 ‘패스트 패스’를 운영한다는 뉴스를 봤던 게 떠올랐다. 거기는 병원도 4만원 정도만 더 내면 곧장 진료를 볼 수 있다던데, 우리나라 시스템은 그런 편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대학병원에 한번 가려면 반차는 기본으로 써야 하고, 도착해서도 수납이며 검사며 대기하느라 반나절은 족히 날아간다. 진료비 자체보다 거기까지 오가며 쓰는 시간과 에너지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건강검진 받으러 많이 온다는 소식도 접했는데, 정작 나는 집 근처에서 예약 잡는 것조차 이렇게 쩔쩔매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들
예약은 겨우 잡았는데, 진료 날짜까지 남은 2주가 참 길다. 그냥 단순 염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검색창에 이런저런 증상들을 계속 검색하게 된다. 비정형 세포라는 게 암으로 가는 단계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건지 확실한 답을 찾으려고 해도 다들 ‘전문의와 상담하세요’라는 뻔한 말뿐이다. 사실 나도 그게 맞는 말인 걸 아는데, 막상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병원에 전화해서 확인하고 싶어도 상담원 연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포기하고 그냥 내 번호가 뜨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예방접종 하듯 마음도 미리 챙겨야 하나
마포구 쪽에서 운영하는 반려견 캠핑장 예약도 공공서비스 사이트에서 하던데, 왜 내 몸을 진료받는 건 그보다 몇 배는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걸까. 시스템이 아무리 전산화되고 ‘케어챗’ 같은 게 잘 되어 있어도, 막상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인 문턱은 여전히 높다. 아마 이런 불안감은 시스템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겠지. 내가 직접 겪고 나니 이제야 주위에서 왜 그렇게 건강 챙기라고 성화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직 진료를 받기 전이라 그런지, 지금은 병원 예약 하나만 성공해도 큰 산 하나를 넘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앞으로 더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다음 주에 병원에 가면 또 어떤 서류를 떼고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조직검사 결과지를 다시 챙기고, 이전 병원에서 받았던 소견서를 준비하는 과정이 마치 서류 전형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 된 것 같다. 결과가 별일 아니라는 듯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오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만약이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떡하나 싶은 생각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다. 그냥 별일 아니길 바랄 뿐이다. 어차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해진 날짜에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 얼굴을 뵙는 것뿐이니까.

진료 예약 버튼 하나 누르는 게 그렇게 떨리네요. 건강검진 결과지 보고 나서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저도 대학병원 예약할 때, 진짜 취업 준비물처럼 여러 단계 지나가길래 깜짝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