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번호표를 뽑고 멍하니 앉아있던 시간
판교 근처에 있는 큰 건강검진센터에 예약을 잡았다. 사실 회사에서 하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간 게 크다. 매번 미루다가 연말에 사람 몰리면 정말 지옥이라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그냥 마음 편하게 6월쯤 미리 끝내버리자 싶었다. 평일 오전인데도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접수처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것만 20분은 족히 걸렸다. 내 앞에 있던 분은 서류를 덜 챙겨왔는지 데스크 직원과 한참 실랑이를 벌였는데, 그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잘 챙겨왔겠지’ 싶다가도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문진표를 미리 작성해서 왔어야 했는데, 거기서 태블릿으로 급하게 입력하느라 손가락이 다 떨렸다.
수면내시경을 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긴장되네
위 내시경은 수면으로 신청했다. 예전에 비수면으로 했다가 정말 죽을 뻔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무조건 수면이다. 추가 비용이 5~8만 원 정도 더 나왔던 것 같은데, 이 돈 아끼려다가 생고생할 생각 하면 이게 마음 편하다. 팔에 주삿바늘 꽂을 때 간호사분이 ‘잠시 어지러울 수 있어요’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깨어보니 회복실이었는데, 옆 침대에서 곯아떨어진 다른 분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서 괜히 민망했다. 입안이 얼얼하고 왠지 모르게 계속 트림이 나와서 옆에 비치된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몽롱한 정신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내가 뭘 입었는지조차 헷갈려서 한참을 락커룸 앞에서 서성거렸다.
흉부 엑스레이와 갑작스러운 대기 상황
생각해보면 매년 하는 건데도, 흉부 엑스레이 찍으러 가서 옷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실로 들어오고 하는 과정이 참 복잡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 종이를 봐도 잘 모르겠어서, 지나가는 직원분 붙잡고 물어봤더니 ‘여기서 조금만 더 대기하세요’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냥 앉아서 스마트폰 보며 뉴스나 봤다. 요새는 AI가 흉부 사진도 판독한다는데, 사람이 놓치는 미세한 암도 잡아낸다고 하니 기술이 참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기계가 알려줘도 결국 다시 의사 선생님 얼굴을 보고 설명을 들어야 안심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고지혈증 관리라는 숙제만 남았다
검진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간단한 상담을 받았다. 채혈 결과는 나중에 문자로 온다는데, 의사 선생님이 딱히 별말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혈액 검사에서 고지혈증 수치가 좀 높게 나왔던 게 마음에 걸렸다. 평소에 판교 주변 맛집 찾아다니며 자극적인 거 많이 먹고, 퇴근하면 그냥 눕기 바빴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병원 로비에서 나오는데 밖이 너무 화창해서 좀 허탈했다. 분명 반차 내고 왔는데 벌써 오후 1시가 넘었다. 오후에 회사 복귀해서 밀린 메일 확인할 생각 하니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온다.
종합검진이 끝나고 드는 막연한 생각
이번 검진 비용은 회사 복지로 처리되긴 했지만, 만약 내 돈 주고 다 하려면 정밀 검사 항목에 따라 수십만 원은 우습게 깨질 것 같다. 예전에는 독감 접종이나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같은 건 그냥 동네 의원 가서 맞았는데, 이렇게 날 잡아서 센터에 오니까 확실히 공장처럼 돌아가는 느낌이다. 효율적이긴 한데, 어딘가 사람 대접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처리된다는 느낌이 더 강하달까. 다들 건강 챙기겠다고 휴가까지 써서 온 건데, 다들 퉁퉁 부은 얼굴로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모습이 좀 안쓰럽기도 했다. 올해는 검진 끝냈으니 다행인데, 내년에는 또 어떻게 이 귀찮은 과정을 버텨야 할지 벌써 걱정이다.

수면 내시경 때문에 걱정이네요. 제가 비수면으로 한 적 있는데, 진짜 힘들어서 이번에는 꼭 수면으로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수면내시경 비용 때문에 걱정이네요. 제가 작년에 비수면으로 해서 진짜 힘들었는데, 수면으로 하신다니 다행입니다.
수면내시경도 꼼꼼히 해야겠어요. 저도 예전부터 수면내시경 관심 많았었는데, 미루다가 늦으면 진짜 걱정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