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한의원에서 사주 상담까지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동네 한의원의 묘한 분위기

최근 들어 자꾸 허리가 뻐근하고 오른쪽 다리가 저릿해서 신정동 근처에 있는 한의원을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협착증인가?’ 싶어 덜컥 겁부터 났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협착증이란 게 노화랑도 관련이 깊다던데, 아직 그렇게 나이가 많이 든 것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병원 문을 열 때까지만 해도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벽면 한쪽에 ‘국비병원코디네이터’ 모집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걸 보면서 ‘아, 나도 취업이나 다시 준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 사실 요즘 진로 고민이 진짜 많다. 면허를 따서 취업이 안 되면 그냥 학원 강사라도 해야 하나 싶고, 병원 코디네이터 시험 같은 걸 준비해서 병원 행정직으로라도 들어가야 하나 매일같이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 침을 맞으러 들어간 진료실은 생각보다 너무 조용해서 더 긴장이 됐다.

상담인지 진료인지 모를 대화

원장님은 꽤 연세가 있어 보였는데, 내 허리 상태를 보더니 갑자기 사주 이야기를 꺼냈다. 침술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진맥을 짚다가 “올해는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많이 지쳐 있네”라며 뜬금없이 내 사주팔자 이야기를 하시는 거다. 내가 이전에 사주 상담 링크를 클릭해 본 적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사람 얼굴 보면 다 보이는 건지 당황스러웠다. 진료비는 보통 수준이었는데, 한 번 침 맞고 물리치료까지 해서 2만 원이 조금 안 나왔던 것 같다. 그런데 치료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그 짧은 대화들이었다.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말라”는 말이 의학적 조언인지 인생 상담인지 헷갈렸지만, 어쨌든 그 말을 듣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조금 짠해지긴 하더라.

병원비와 현실적인 걱정들

병원비를 내고 나오는데 갑자기 든 생각이, 나중에 나이가 더 들고 몸이 더 안 좋아지면 사설 응급차 비용 같은 것도 감당해야 할 텐데 싶었다. 뉴스에서 보면 병원비 때문에 저축이 바닥났다는 사연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내가 지금 이렇게 병원을 들락거리는 게 노후를 대비하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당장의 통증을 피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사실 건강 관리는 예방이 중요하다는데, 요즘 학교나 군부대 급식시설에 들어가는 살균수 시스템이니 하는 거창한 뉴스들을 볼 때마다 내가 내 몸을 돌보는 방식은 너무 주먹구구식인가 싶기도 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침을 맞아서 허리는 좀 나아진 것 같은데, 여전히 마음은 무겁다. 신정동 한의원을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근처 카페에 붙은 작은 안내문이 보였다. 거기도 병원과 연계해서 건강 상담을 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요새는 어디를 가든 다들 건강이랑 상담을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챗봇 AI에게 사주 상담을 한번 더 해볼까 하다가 그냥 관뒀다. 기계가 해주는 위로보다는 차라리 얼굴 보고 해주는 쓴소리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다시 그 한의원에 가서 진료 외적인 상담을 길게 할 용기는 없다. 그냥 다음번엔 예약 시간 맞춰서 조용히 침만 맞고 나와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절거릴 것 같기도 하다. 모르겠다, 당장 내일 해야 할 일이나 걱정하자.

“한의원에서 사주 상담까지 듣게 될 줄은 몰랐다”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