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무작정 학원부터 알아봤다
솔직히 처음에는 거창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그냥 회사 생활이 너무 지긋지긋했고, 뭔가 손에 잡히는 기술이라도 하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주변에서 요양보호사나 간호조무사 이야기들을 하길래, 대구 근처에 있는 요양보호사 학원을 몇 군데 검색해봤다. 그런데 막상 알아보니 이게 생각보다 복잡했다. 내가 생각했던 건 그냥 등록하고 수업 듣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요건도 많고 국비 지원이다 뭐다 해서 서류 준비가 한참 걸렸다. 특히 울산이나 대구 쪽에 간호조무사 주말반이 있는지 찾아봤는데, 직장 다니면서 병행하려면 체력적으로 엄청나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대충 메모장에 적어둔 것만 보면 강의 시간표가 생각보다 빡빡했다.
주말반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다
주말반을 알아보면서 느낀 건데, 나처럼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수업 들으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어떤 곳은 벌써 대기 접수 중이라고 하고, 어떤 곳은 이미 마감됐다면서 다음 기수를 기다리라고 했다. 비용도 학원마다 조금씩 달랐는데, 평균적으로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가까이 들어가는 경우도 보였다. 솔직히 한 달 월급도 안 되는 돈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내 통장에서 나가려니 손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더라. 한국장학진흥원에서 무료 수강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기웃거려봤지만, 이게 또 실제 자격증 취득이랑은 별개로 공부 범위를 체크하는 용도인 것 같아서 고민만 하다가 창만 여러 개 띄워놓고 닫아버렸다.
병원에서 일하는 게 어떤 건지 실감이 안 난다
뉴스나 인터넷 기사들을 보면 간호조무사 처우나 통합돌봄 같은 이야기가 참 많다. 읽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전문대 양성 통로가 봉쇄됐다’거나 ‘제도적으로 배제된다’는 글을 보고 있자니, 내가 지금 이걸 시작하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했다. 어차피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야 그런 복잡한 제도적 문제까지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선 괜히 걱정만 늘어나는 거다. 공공의료기관에서 공고 낸 걸 봤는데, 접수 기간이 딱 2주 정도 짧게 잡혀 있었다. 그런 거 보면 나중에 자격증을 따도 계속 공부하고 갱신해야 하는 게 일상인가 싶다. 학점은행제 플래너한테 물어볼까 하다가도, 그냥 내 힘으로 한 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겨서 일단 멈췄다.
공부랑은 담쌓고 살았는데 할 수 있을까
시험 준비를 하려고 문제집을 폈는데, 솔직히 한 페이지 넘기는 게 고역이었다. 용어들이 죄다 생소하고 외워야 할 건 왜 이렇게 많은지. 예전에 학창 시절에 공부 안 했던 게 여기서 이렇게 돌아오나 싶었다. 21살 어린 친구들도 정시 준비 대신 이거 한다고 열심히인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한숨만 쉬었다. 요양보호사는 120시간인가 이수해야 한다던데, 그 시간 동안 학원 오가면서 체력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대구 달서구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해 돌봄 인력을 양성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48명 수료해서 36명 취업했다는 숫자가 참 커 보였다. 과연 나도 그 36명 안에 들 수 있을까?
일단 저질러 놓고 고민하는 중이다
사실 학원 등록금 결제 버튼을 누를 때까지 고민을 백 번은 더 했다. 지금 이걸 따서 어디에 쓸지, 병원 현장에 나가면 진짜 내가 버틸 수 있을지, 지금의 내가 느끼는 이 막막함이 단순히 귀찮음 때문인지 아니면 적성에 안 맞는 건지 확신이 안 선다. 그래도 일단 시작했으니 어쩌겠나. 이번 주 토요일이 첫 수업인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원 갈 생각 하니 벌써 머리가 아프다. 아마 수업 몇 번 들어보면 내 마음이 더 확실해지겠지. 아니면 그냥 돈만 날리는 셈 치고 다시 다른 일을 찾아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일단 가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