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병원 예약이 이렇게 복잡할 줄이야
한동안 가슴 쪽에 찌릿한 느낌이 들어서 며칠을 미루다가 결국 집 근처 유방외과를 찾았다. 강서구 쪽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어디가 괜찮은지 정보도 없고, 그냥 대충 네이버 지도를 켜서 후기가 그나마 많은 곳을 골랐다. 사실 별일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괜히 덜컥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전화를 걸어서 예약하려고 하니, 여의사 선생님이 계신 곳은 이미 예약이 꽉 차서 최소 2주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대기 인원도 꽤 많다고 해서 일단은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병원 진료비가 보통 얼마나 나오려나 찾아보니 초음파까지 보면 대략 10만 원에서 15만 원 사이인 것 같았다. 동네 작은 병원인데도 예약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좀 의아했다.
페이닥터와 전문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간
그 병원 홈페이지를 좀 더 들여다보니 의사가 여러 명인 소위 ‘공장형’ 병원 같았다. 물론 다들 전문의 자격이 있겠지만, 왠지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우리 동네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어디는 유방외과 간판을 달고도 일반의가 진료를 보기도 한다고 들었다. 물론 일반의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유방 질환은 좀 더 세부적인 지식이 있는 전문의를 만나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닌가 싶다. 예전에 중랑구 쪽에서 치아미백 하러 갔을 때도 페이닥터가 매번 바뀌어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겹쳤다. 그래서 결국 거기는 취소했다. 2주를 기다려서 얼굴도 모르는 의사한테 짧은 진료를 받기보다는, 조금 멀더라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병원을 다시 찾기로 했다.
엉뚱한 동네까지 뒤지며 느낀 피로감
결국 집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 다른 곳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무작정 후기만 보지 말고, 병원 이름에 ‘유외과’가 들어가는 곳 위주로 봤다. 좀 더 전문적인 느낌이 들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열심히 검색하다 보니 내가 예전에 임플란트 때문에 고생했던 중랑구 신내동 쪽 치과랑 병원 이름이 비슷한 곳들도 눈에 띄었다. 병원 찾는 일이 왜 이렇게 스트레스인지 모르겠다. 그냥 아프면 바로 가서 진료받고 집에 오면 좋으련만, 한국에서 병원 한 번 가려면 무슨 작전 짜듯이 정보 검색하고 평점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된 것 같다. 어떤 곳은 의사 채용 공고를 올린 걸 보니까 진료 시간이 매번 바뀌는 것 같아서 또 불안해지고. 진료시간이 유동적이라는 건 환자 입장에서는 정말 치명적이다.
병원 문턱 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결국 최종적으로 결정한 곳은 1인 원장님이 하시는 작은 유방외과였다. 여기는 예약은 따로 안 받는다고 해서 오픈 시간인 아침 9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이미 대기실에 서너 분이 앉아 계셨는데, 다들 나처럼 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더라. 그런데 막상 들어가서 접수를 하려니 간호사분이 오늘은 대기가 너무 길어서 점심시간 직전이나 되어야 진료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아니, 9시에 왔는데 점심시간 직전이라니. 이미 병원 투어만 하다가 지쳐버린 상태라 그냥 거기서 기다리기로 했다. 병원 한 번 가는 게 이렇게 에너지를 다 쏟아야 하는 일인가 싶었다. 대기하는 동안 읽을 책을 챙겨오지 않은 게 후회되었다.
진료 후에도 남는 찝찝함과 묘한 공허함
진료실에 들어가서 5분 정도 상담하고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하셨는데, 그냥 6개월 뒤에 다시 오라는 짧은 답변만 들었다. 내가 왜 이런 통증을 느끼는지, 생활 습관에서 고쳐야 할 건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워낙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눈치가 보여서 제대로 묻지도 못했다. 그냥 ‘괜찮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들으려고 그렇게 서칭을 하고 대기를 했나 싶어서 기분이 묘했다. 동네 병원들이 보통 다 이런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유난을 떠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집에 오는 길에 터덜터덜 걷는데, 다음번에는 또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할까 아니면 여기로 다시 와야 할까 고민이 된다. 아마도 6개월 뒤에는 또 똑같이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