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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맘 먹고 방문한 병원 진료가 생각보다 간단해서 당황했다

예상보다 빨리 끝난 진료실에서의 시간

며칠 전부터 속이 좀 답답하고 밤마다 잠을 잘 못 자는 게 반복돼서, 인천 쪽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예약했다. 처음에는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검색창에 ‘인천정신병원’ 같은 단어를 치며 한참을 고민했다. 막상 병원에 들어가니 대기실에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다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왔겠지 싶어 괜히 더 움츠러들었다. 예약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이름이 불렸다. 의사 선생님 얼굴을 보자마자 그동안 힘들었던 점을 다 쏟아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마주 앉으니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3분 정도 상담을 했을까, 선생님이 건네주신 건 간단한 검사지 두 장과 약 처방전이었다. 이게 전부인가 싶어서 조금 허무하기도 했다. 3만 원 정도의 진료비를 결제하고 나오면서 기분이 묘했다.

챗봇보다 차가운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병원에서도 생성형 AI를 도입해서 상담 서비스를 운영한다는데, 내가 갔던 곳은 그런 최첨단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날로그에 가까웠달까. 뉴스에서 보면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같은 곳은 AI 챗봇이 24시간 응답해 준다던데, 그런 편리한 시스템이 있었다면 내 막연한 불안감이 좀 덜했을까 싶기도 하다. 진료실 안에서 의사 선생님과 단답형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게, 마치 내가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어떤 매뉴얼을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분들도 바쁘시겠지.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건 상담실장님과의 긴 대화라거나, 아니면 내 이야기를 꼼꼼히 들어주는 어떤 시스템적인 위로였던 것 같다. 실제로는 그런 것보다는 빠르게 약을 처방해서 증상을 완화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았다.

척추 문제로 고생하던 친구 생각이 났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예전에 척추협착증 시술을 받았던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시술 비용만 수백만 원이 들었다고 했는데, 나는 겨우 몇만 원짜리 약봉지를 들고 나오는 상황이라니. 그래도 몸이 아픈 것과 마음이 아픈 것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고통스러운지 따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친구는 병원 코디네이터가 자기 상담을 도맡아 했다고 들었다. 거기선 병원 코디네이터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상담 실장 역할을 하면서 꽤 상세하게 관리를 해준다던데, 내가 간 곳은 그냥 접수 직원분들만 보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코디네이터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정말 다양하더라. 단순히 접수만 받는 게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병원 시스템을 조율하는 역할이라던데, 내가 느꼈던 이 묘한 공백을 그런 전문가들이 메워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험사와 줄다리기하던 기억

치료를 마치고 약국으로 향하는데 예전에 택시 사고가 나서 자생한방병원에 통원 치료를 다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보험사랑 합의금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디스크가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고도 8일 만에 퇴원해서 통원 치료를 다녔는데, 그때 내가 들였던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지금의 진료는 양반이다 싶기도 했다. 그때는 내가 정말 내 몸을 챙기는 게 아니라 보험사의 서류를 채우기 위해 병원을 다닌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 시간을 내어 병원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뭔가 해결되지 않은 듯한 찝찝함이 남아있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약봉지를 손에 쥐고 돌아오는 길

처방받은 약을 받아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병원에 기대했던 게 뭘까. 확실한 치료법? 아니면 내 상태가 별거 아니라는 의사의 한마디? 막상 병원을 나서니 별거 아닌 일처럼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내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이런 식으로 몇 번 더 다녀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 약을 먹으면 정말 괜찮아지는 건지 물어볼 걸 그랬나.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나온 게 내심 아쉽다. 내일 다시 출근할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이번에 받아온 약이 정말 효과가 있긴 할까. 상담받을 때 선생님이 보여주던 그 무미건조한 표정이 자꾸 생각난다. 다음 진료 예약일까지는 2주나 남았는데, 그때까지 이 불안함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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